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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2-03-31 16:49 | 조회수 | 519 |
주중한국문화원은 큐레이터와 함께 하는 라이브 전시투어 프로젝트 열 다섯 번째 영상으로 박수근의 예술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을 소개합니다.
박수근(1914-1965)은 보통학교만 졸업하고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하여 조선미술전람회와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와 같은 관전을 통해 화가로 데뷔했습니다. 해방과 전쟁을 겪으며 서구의 추상미술이 급격히 유입되어 화단을 풍미했지만, 박수근은 시종일관 서민들의 일상생활을 단순한 구도와 거칠거칠한 질감으로 표현한 그림을 고수했습니다. 박수근은 창신동 집에서 명동 PX, 을지로의 반도화랑을 오가며 목도한 거리의 풍경, 이웃들의 모습을 화폭에 주로 담았습니다. 동시에, 동시대 서양미술의 흐름에도 관심을 가지며 공간, 형태, 질감, 색감 등의 회화요소를 가다듬어 나갔고, 자신의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모던한 회화 형식과 화법을 구축했습니다. 일체의 배경을 제거하고 간략한 직선으로 형태를 단순화하고 거칠게 표면을 마감한 그의 회화는 ‘조선시대 도자기’, ‘창호지’, ‘초가집의 흙벽’, ‘사찰의 돌조각’ 등을 연상시키는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미감을 보여줍니다. 현재 국내 20종의 미술 교과서에서 박수근을 가르치고 있어 한국인이라면 필수교육만으로도 박수근을 알고 그림도 익숙합니다.
이번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展은 그간 ‘선한 화가’,‘신실한 화가’, ‘이웃을 사랑한 화가’,‘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등의 수식어로만 제한되던 박수근을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습니다. 우선 박수근이 살았던 전후(戰後) 시대상에 주목하였고, 당시 화단의 파벌주의로 인한 냉대나 경제적 궁핍으로 인해 불우한 화가였다는 고정관념을 벗겨내고 박수근의 성취를 조망합니다. 또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으로 시행된 박수근전작도록 발간사업을 통해 새롭게 발굴된 자료들과 연구성과를 토대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박수근의 활동을 소개합니다.
전쟁 전 도청 서기와 미술교사를 지냈던 박수근은 전쟁 후에는 미군부대 내 PX에서 싸구려 초상화를 그렸고 그곳에서 소설가 박완서를 만났습니다. 미군부대는 박수근이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을 버리고 온갖 수모를 견뎌내야 했던 곳이었지만, 동시에 그의 작품을 아끼는 후원자들을 만나게 해준 곳이기도 했습니다. 박수근은 해방 후 최초의 상업화랑인 반도화랑에서도 외국인들에게 먼저 주목받았고, 《동서미술전(Art in Asia and the West)》(샌프란시스코미술관, 1957), 《한국현대회화전(Contemporary Korean Paintings)》(뉴욕 월드하우스 갤러리, 1958) 등을 통해 한국 중견작가들과 함께 해외에 소개되었습니다. 참혹한 시대를 외면하지 않고 고단한 이웃의 생활을 담담하게 표현한 박수근을 통해 전후 1950-60년대 한국의 시대상을 읽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전시는 박수근의 시대를 읽기 위해 ‘독학’, ‘전후(戰後) 화단’, ‘서민’, ‘한국미’ 4가지 키워드를 제안하며, 총 4가지 섹션으로 구성됩니다.
1부 <밀레를 사랑한 소년>은 ‘밀레와 같이 훌륭한 화가’가 되고 싶었던 소년 박수근이 화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10대 시절의 수채화부터 1950년대 유화까지 그의 초기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2부 <미군과 전람회>에서는 한국전쟁 후 재개된 제2회 국전에서의 특선 수상작부터 그가 참여한 주요 전람회 출품작들을 전시합니다. 그리고 박수근의 미군 PX 초상화가 시절과 용산미군부대(SAC) 도서실에서 열린 박수근 개인전(1962)을 소개합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박완서의 소설 『나목』을 매개로 박수근이 견뎌낸 참혹한 시대를 공감하고, 2부에서 소개되는 그의 대표작 <나무와 두 여인>을 새롭게 감상해 보기를 제안합니다. 3부 <창신동 사람들>은 박수근이 정착한 창신동을 중심으로 가족, 이웃, 시장의 상인 등 그가 날마다 마주친 풍경을 담은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최근 박수근전작도록사업을 통해 조사된 유화 2점이 공개됩니다. 4부 <봄을 기다리는 나목>은 박수근이 완성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찾아봅니다. 박수근이 평생 즐겨 그린 소재는 여성과 나무입니다. 그의 그림에서 고단한 노동을 하는 여성과 잎사귀를 다 떨군 나목은 ‘추운’시대를 맨몸으로 견뎌낸 한국인의 자화상일 것입니다.
이번 온라인 전시를 통하여 한국의 국민화가 박수근의 작품 전반을 감상하며, 당시 시대상과 화단의 토양을 재인식해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전시개요 ○ 전시기간: 2022. 3. 28(월) ~ ○ 주 최: 주중한국문화원, 국립현대미술관 ○ 후 원: 문화체육관광부 ○ 출 품 작: 회화, 판화, 드로잉, 삽화 174점, 아카이브 100여 점 ○ 게시링크: https://v.youku.com/v_show/id_XNTg1NjY2MTk1Mg==.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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